동아시아식생활학회 30년의 발자취 (2020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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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식생활학회 30주년 발자취
1988년 여름 이성우 교수님 연구실에서 시작된 한국의 식문화 연구 모임은 교수님께서 친필로 작성하신 한국식생활사, 동아시아 속의 한국고대식생활사 연구 등의 자료를 가지고 몇몇 연구자가 모여 식생활사에 대하여 공부하면서 시작하였습니다. 이성우 교수님께서는 일찍이 식생활 관련 학과에 식생활사의 강좌가 없음을 보시고 한국의 식생활사란 학문의 체계를 세우기 위해 수많은 고서 등 관련 자료와 밤낮으로 씨름하시며, 한국의 식문화 관련 내용을 발췌하여 체계화해 오셨고, 그 내용을 연구모임이 있을 때마다 함께 하시며 특유의 어조로 설명해주셨는데 그때의 교수님의 모습과 목소리가 아직도 눈에 그리고 귀에 선합니다.
이성우 교수님의 한국 식생활문화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광범위하여 문화의 흐름을 찾기 위하여 한국을 중심으로 일본과 중국, 동아시아 삼국의 문헌을 섭렵하시면서 문화의 맥을 찾는 작업을 해오셨습니다. 그 결과로 식문화의 대작인 저서들을 발간하여 보석 같은 내용을 아낌없이 공유하시었습니다. 고려이전의 식생활사 연구(1978, 향문사), 한국식경대전(1981, 향문사), 한국식품 문화사(1984, 교문사), 한국식품사회사(1984, 교문사), 한국 요리문화사(1985,교문사), 동아시아 속의 고대 한국식생활 연구(1992, 향문사), 식생활과 문화(1992, 수학사), 한국고식문헌집성, 고요리서〔1-4〕(1992, 수학사), 한국식품가공의 고문헌집성〔1-4〕, 한국식생활의 역사(1993, 수학사) 등 많은 문헌을 발간하셨으며 식문화연구를 이어나가길 원하는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교수님의 생각과 자료를 제공하곤 하셨습니다. 한국식경대전 머리말에 ‘한 개인이 일생 동안 할 수 있는 일에는 한도가 있다. 아무쪼록 동호 연구자가 많이 나타나서 보다 완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라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처음 모인 연구반을 식생활문화 연구 A반이라 칭하였는데, 이렇게 시작한 모임이 식문화 연구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각 대학의 교수들과 연구소 연구원, 대학원생 등으로부터 이성우 교수님의 지도를 받고자하는 요청이 있어 B반, C반, D반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연구반 모임을 통하여 한국 식문화의 역사를 아는 것이 식품 관련 학문의 우선임을 통감하게 되었고, 각 대학의 식품 관련 학과에 이 강좌가 개설되면서 학문으로의 체계가 갖추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식생활문화 연구반은 한양대학 교수님 연구실에서 미원연구소, 그리고 삼전동 교수님의 개인 연구실 등에서 지속적인 모임이 이루어져 오면서 연구 개발한 내용을 널리 알리고자 이성우 교수님께서 학회창립을 제안, 추진하시었습니다. 그리하여 동아시아식생활문화학회가 태동하게 된 것입니다. 학계의 일부 원로 교수님들의 반대도 있었으나 1991년 8월, 삼전동 소재 음식점 ‘놀부’에서 창립모임을 가지고 동아시아식생활문화학회를 발족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식생활은 동아시아의 식문화가 서로 전래되고 영향을 받으면서 변천해왔으므로 동아시아식생활문화학회로 명명하게 되었으며, 추계 학술대회는 동아시아 각국의 연사를 초청하여 동아시아 지역의 식생활문화를 연제로 국제학회로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애석하게도 1992년 8월 교수님께서 타계하시면서 식생활사 연구의 맥을 이어나갈 책임을 우리 후진이 안게 되었습니다. 본 학회의 회장을 역임하신 고문 교수님들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이 교수님과의 연구모임의 산 증인이시며 교수님 타계 후에도 성신여대 조은자 교수님 연구실, 한양대학교 도서관 내 ‘담헌문고’와 ‘배상면주가’에서 제공한 연구실에 모여서 교수님의 유지를 이어나가기 위해 모임을 계속해 왔습니다. 상고시대부터 근대까지의 식문화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고문헌에 대한 분석을 통해 식생활문화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어 교수님의 뜻을 되살리는 마음으로 1766(영조 42년)년에 편찬된 「增補山林經濟」를 연구반 회원 14명이 번역서로 발간하였습니다. 증보산림경제는 조선시대의 식문화를 가늠할 수 있는 “한” 척도가 되는 중요한 고문헌으로 선조들의 식생활의 발자취를 알아보고 새로운 연구과제로 발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번역을 시작하였는데 한문필사본으로 전해졌기 때문에 탈자와 오자가 많아 한학자의 감수를 받아 2003년(신광출판사)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가 담헌 고 이성우 교수님께서 작고하신 지 10년이 되는 때였습니다. 이후 증보산림경제의 내용을 중심으로 여러 논문이 쓰여졌습니다.
또한 일본 서적 ‘食의 文化’ 1권, 3권, 4권, 5권, 6권(2권은 최근 출간)을 번역 발간하는 등 교수님의 뜻을 이어나가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였으나, 교수님이 지금까지 계셨다면 연구의 길잡이가 되어주셔서 더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으리라 생각하면서 그 뜻을 다 잇지 못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을 늘 갖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30주년을 맞이하는 동아시아식생활학회는 우리나라 식생활문화의 뿌리를 알리고 나아가 확실한 표적을 제공하여 식생활의 발전에 거름이 되어줄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함을 학회를 창립하신 고 이성우 교수님의 뜻을 상기하며 새삼 깨우치게 됩니다.
글, 허채옥 교수(전 한양여대 )
이영남 고문(전 경희대학 )